금연 기록 (종료) 27

금연 기록 종료. 건강 기록 시작.

D+199. 금연클리닉 수료 검사를 위해 보건소를 찾았다. 소변으로 체내 니코틴 수치를 측정하는 검사다. 선명하게 두줄이 나오면 체내 니코틴이 모두 배출되었다는 뜻이다. 검사를 마치고 기념품도 받아왔다. 나는 인바디 체중계를 골랐다. 금연을 시작하면서 간식이 늘고, 체중이 불면서 체지방, 체형 관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체중계로 여러 수치를 살펴보며 관리하고자 한다. 이것 말고도 몇 개 더 챙겨주셨다. 뿌듯하다. 작년 11월 말, 이 날을 맞을 수 있을까 싶은 두려움과 불안감을 안고 금연을 시작했다. 지금 내 몸 상태는 그 어느 때 보다 좋다. 행복하다. 물론 금연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이제는 금연을 넘어서 건강 관리라는 더 큰 범주의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갈 생각이다. 금연 기록은 이것으로서 시리..

금연 클리닉 성공

D+183. 며칠 전에 금연 길라잡이 앱에서 알림이 왔다.오예! 드디어 6개월 간의 금연 클리닉 기간이 끝났다. 몇 차례 방문한 뒤로는 특별한 상담도 없이 혼자서 잘 금연해 왔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면 축하 기념품을 준다고 했어서 기다려 왔다. 물론 기념품 때문이 아니라 기념 때문에! 때 맞춰 금연 클리닉 상담사에게서 전화도 왔다. 바이러스 때문에 일반 상담은 하지 않고 있지만, 6개월 수료자는 방문하여 수치 측정 후 기념품 수령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흐흐. 드디어 이 날이 왔구나.

당당하게 산다는 것

D+169. 길을 걷다 마주치는 담배 연기가 갈수록 더 싫어진다. 엘레베이터에서 마주치는 흡연자의 체취는 더 싫어진다. 나도 담배를 피웠을 때는 똑같이 냄새가 낫겠지. 그러고보니, 대중교통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알게모르게 담배 냄새가 나지 않을까 신경썼던 것 같다. 그 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그로인해 내 태도가 위축되기도 했다. 이젠 그럴 염려가 전혀없다. 그만큼 어디서나 당당할 수 있다. 아버지는 종종, "스스로 당당하면 인생 잘 사는거야." 라고 하신다. 내가 맡고 있는 여러 역할로 부터, 나만 아는 내 마음으로부터 한치 부끄럼 없이 당당하려면 늘 나를 돌아봐야 한다. 훗날 또 언젠가 나를 돌아봤을 때,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 당당함을 지탱하는 큰 축이 되길 바란다.

급성 인두염

D+157. 최근 급성 인두염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2주 동안 계속 목이 헐고 부어서 무엇을 삼키기가 힘들었다. 전에 담배를 피울 때는 목이 아파도 담배는 피웠다. 정말 안 좋았겠지. 이번엔 꽤 심하고 오랫동안 아파서, 예전에 담배를 피우던 그때를 생각하며 절레절레했다. 미련하기도 하다. 흡연 욕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길을 가다 만나는 담배 연기가 갈수록 더 싫어진다. 금연 초기에는 주변 사람들이 담배 피우러 나가면 따라 나가서 같이 이야기하다가 들어오곤 했다. 간접흡연이 좋지는 않았지만, 담배 피우러 나가는 그 시간이 그리웠나 보다. 담배 타임으로 다져지는 친목이란 것도 있어서, 나만 자리를 지키기가 아쉽기도 했다. 이제 그런 것들보다 내 건강과 금연하는 삶이 더 중요하다. 지금 내 삶은 건강하..

정상 궤도

D+149. 어느덧 또 10일이 지났다. 귀찮지만 기록을 또 남겨본다. 최근 급성 인두염을 앓았다.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앓고 있다.) 뭐든 간에 삼킬 때 목에 통증이 심하다. 다행히 병원 진료 이후로는 약이 잘 듣고 있다. 예전에는 목이 아플 때에도 담배를 피웠었다. 목이 아파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면 되게 지루하니까 나가서 피우고 그랬다. 이젠 목이 아프면 더더욱 담배 생각이 안난다. 흡연 욕구도 생기지 않는 걸 보니, 꽤 정상 궤도에 올라선 느낌이다. 사실 느낀 바가 별로 없다. 쓸 말이 없다 그래서. 아, 다음 기록 부터는 텀을 2주로 늘려야 겠다. 그래도 될 만큼 금연이 자연스러워졌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능력

D+139. 140일이 되기 전에 남기는 기록. 햇살이 따뜻하고 한가로운 때가 되면 담배 생각이 난다. 먹는 걸로 욕구를 대체하기엔 체중 관리가 신경 쓰인다. 집이라면 운동이라도 할텐데. 회사에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실은, 다른 것으로 흡연 욕구를 대체하려고 노력하진 않고 있다. 담배 생각이 나면, '어, 생각이 났구나.' 하면 되고 금방 잊혀진다. 은근하고 지루한 싸움이다. 건강하고 깨끗한 나를 만들 수 있음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이 상태는 정말 귀한 것이다. 힘들게 얻었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평온함을 평온하게 즐기고 싶다

D+117. 그 동안 조심했던 건 스트레스였다. 이를테면 업무가 잘 안풀릴 때 의식적으로 경계하고 흡연 욕구를 다스리려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업무 강도가 약해지고, 날씨도 풀리면서 평온한 타이밍이 올 때가 있다. 그 때가 되어도 흡연 욕구가 밀려온다. 아무런 근심걱정없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한 모금 후- 꿀 같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텁텁할 뿐이고 후회가 물 밀듯이 밀려오겠지. 지난 글에 썼던 후회 리스트를 인용하며 오늘의 기록 끝. 손과 입에 텁텁하고 매캐한 냄새가 남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볼 때마다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느리게 회복중인 폐가 다시 한 순간에 오염될 것이다 금연 초반의 그 힘겨움을 다시 겪을 것이다 숱하게 써온 금연 기록들이 그 의미를 잃을 것이다 난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

100일

D+105. 금연 100일째라는 알림이 떴다. 커플로 치면 풋풋한 시기다.하지만 굉장히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 보면, 하루하루가 길다는 거겠지.맞다. 아직 하루에도 수 차례 담배 생각이 난다. 그 정도가 약해졌을 뿐이다. 한편으로는 100일이라는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금연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몇 년씩 금연을 하다가도 다시 피우는 지인들을 보면서 두 가지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1. 스트레스. 다시 담배를 피울만큼 답답한.2. 그 동안 금연했던 자신의 수고와 노력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음. 난 지금처럼 금연 기록을 하며 몇 년이 지나면 정말 귀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그렇게 믿고 싶다.

또 한번 다짐

D+98. 빠르게 또 10일이 지나고 있다. 니코틴껌은 씹지 않았다. 역시 맛이 없어서 손이 안 간다. 업무 스트레스는 꽤 올라왔지만, 나름 즐기는 부분도 있어서 견딜만 하다. 공허함이 찾아올 때면 깊은 한숨과 내뱉는 담배연기가 생각난다. 달콤할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한번의 한숨을 뱉는다면, 손과 입에 텁텁하고 매캐한 냄새가 남을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볼 때마다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느리게 회복중인 폐가 다시 한 순간에 오염될 것이다 금연 초반의 그 힘겨움을 다시 겪을 것이다 숱하게 써온 금연 기록들이 그 의미를 잃을 것이다 난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패배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