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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들기

다이빙대에 오른 순간을 상상해본다.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리기 직전이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즐거울지 예상해본다. 열심히 머릿속에 그려보지만 역시 명쾌하게 알 수는 없다. 그냥 이러다가 주저앉을 것만 같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가, 이러는 내가 싫어서 휘청이며 중심을 잡는다. 뛰려다가 움찔, 바로 뛰지를 못한다.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진정시킨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어느새 화가 올라온다. 이것밖에 안 되는내가 싫어서. 그냥 대략 이런 느낌으로 하루하루 살아지는 것 같다. 두려움, 망설임, 그 어느 하나도 해소되지 않은 채 가슴 한편에 끌어안고 간다. 그러다가 어느날엔 눈을 질끈 감고 원하는 것을 향해 몸을 내 던진다. 그 과정에서 잠시의 평화와 더는 없을 것 같은 행복을 맛본다. 돌아보면, 이 잠시를 위..

일상 2021.08.16

중독

비난, 원망에는 중독성이 있다. 이기심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너보단 내가 더 아프고, 그러니까 난 이래도 된다고 허락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기적인 마음을 꼭 비난과 원망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기심을 인정하고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것도 용기다. 비난과 원망은 어쩌면 나의 이기심을 타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러면 당장 후련하다. 그리고 그 후련함에 이끌려 중독된다. 비난, 원망이 습관처럼 굳어지면 이기심 역시 켜켜이 쌓여 내 마음 전체가 이기심으로 물들 것이다. 단지, 자신은 괜찮은 상태라고 착각할 뿐.

일상 2021.04.30

말장난

심심치 않게 말장난을 접한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발음이지만 다른 뜻의 말을 가져다 쓴다던지, 문자를 비틀어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는 식이다. TV, 지면, 길거리의 현수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보인다. 개인, 기업, 공공 기관 할 것 없이 많이 써먹는다. 아마도 남들과는 다른 인상을 주기 위함일 것이다. 나름대로 간절한 마음인 것이다. 그렇다 해도 요지와 무관한 언어유희는 마음이 아프다. 어설픈 카피가 과하게 진지할 때도 마찬가지다. 간절하다고 해도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목숨이 걸린 일도 아니고, 그래 봐야 비즈니스 아닌가. 냉철해야 한다. 나도 광고 공부를 잠시 했었다. 감히 말하자면, 카피를 쓰는 일은 고통스럽다. 쥐어 짜다보면 금새 본질과 멀어진다. 부자연스러워진다. 남다른 카피는 어휘..

일상 2021.04.30

소화

요즘은 주말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주말 약속이 있었는데, 약속 시간이 1시간 정도 밀려서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요즘 꽂혀있는 무설탕 사이다를 편의점에서 하나 사들고 갔다. 역시나 날이 좋다. 꽃과 풀 들이 신나게 돋아있다. 안구 정화를 하고 사이다를 마시기 위해 벤치에 앉았다. 외출하려고 밝은 색 면바지를 입은 터라, 엉덩이가 뭐가 안 묻을 것 같은 닳고 닳아 맨질맨질한 나무 벤치에 앉았다. 그냥 사이다 맛이지만 뒷 맛이 깔끔한 무설탕 사이다의 출시에 감사하며 연거푸 들이켰다. 곧 꺼억- 하고 트름을 했다. 이래저래 복잡한 일 들이 시원하게 뚫려 해결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또 연거푸 들이켰다. 뚫고 싶어서 꽉 막았다. 좀 바보 같았다. 트름은 시원하게 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

일상 2021.04.10

상상을 현실로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막연하게 그리던 일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 들을 하고 있다. 보통 머릿속에 그리던 일을 실제로 행하는 데에는 많은 장애물을 만난다. 세상은 생각보다 나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깨닫는 다던지, 기대했던 것만큼 조력자가 따라주지 않아 서운하다거나, 심지어 나조차 처음의 열정이 식어서 내가 벌인 일이 고통으로 변할 때가 있다. 이른바 사서 고생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기획'이기에, 일을 할 때에도 유사한 고통들을 마주한다. 아니,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럴 것이다. 기업 광고에나 나올법한 상투적인 문구. '상상을 현실로'. 상업적으로 너무 소모된 표현인 것 같다. 진짜로 그걸 하려고 보면, 정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제대로 해내기 어려우니까..

일상 2021.03.08

문제와 해결 사이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경험치가 쌓이게 된다. '아! 비슷한 문제가 있었는데. 어떻게 해결했더라?' '음, 이런 문제도 있구나. 이건 어떻게 해결하지?' 그동안의 경험과 응용력으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혹은 대충)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이런 과정을 누구나 반복하며 살 것이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문제를 자신이 겪었던 문제와 똑같이 취급한다. 여기에 자기 객관화가 결핍되면 '꼰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내가 해봐서 알아. 라떼는 말이야...) 반면, 새로워 보이는 문제를 보고서도 과거의 경험을 적절히 끄집어 내 변주하여 해결책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비슷한 문제도 늘 새로운 문제처럼 대한다. 학습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거라면 정말 슬픈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여 ..

일상 2021.01.29

한 주 잘 놀고 먹었다

12월에 들어서며,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홈트를 시작했다. 목표는 바디 프로필 사진 찍기이다. 작년 생일에 한 달 벼락치기 운동 후 찍었었는데, 이번엔 벼락치기 말고 꾸준히 해서 결실을 맺고 싶어서 다시 한번 하기로 했다. 그렇게 3주 간 이틀에 한 번 꼴로 운동을 했다. 그런데, 12월 마지막 주 들어서 야근이 좀 늘고, 3주 간의 운동이 조금 지쳤었는지 운동의 끈을 놓았다. 연말이니까 먹고 놀아도 된다는 근거 없는 합리화도 한 몫했다. 열심히 먹었다. 가끔씩 늘어지는 뱃살을 만지작 거리면서. 1월 첫 주부터는 또 절제미 있게 일하고, 먹고, 운동하며 살아야지. 요즘 들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생각이 든다. 업무를 지나치게 스트레스받거나 체력적으로 무너질 만큼 ..

건강 기록 2021.01.03

치킨먹기 전에 쓴 글

그래도 조금은 들떴던 분위기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유난히 조용하게 지나갔다. 나와 사랑하는 이들 모두 건강하게 탈 없이 지내고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 들이 줄을 서고 있지만, 긍정 에너지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지금 내 머릿속이 딱 이 글처럼 산만하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 만족할 줄 알며 살고 싶다. 유머러스하게 살고 싶다.

일상 2021.01.03

금연 1주년

금연한 지 1년이 되었다. 금연길라잡이 앱이 알림을 보내왔는데, 너무 오랫동안 앱을 켜지 않아서 로그아웃이 되어있었다. 비밀번호를 잊어서 아직 알림 확인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금연가로서 첫 1년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유익했다. 흡연을 그만두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먹는 것에도 신경을 쓰게 되었다. 근본적으로는 나를 더 아끼게 되었다 이제 다음 1년은 어떨까? 점차 원래 그랬던 것 마냥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흡연할 때가 -1이었다면, 지금은 0에 가까워진 상태일 뿐이다. 무언가를 더해 0보다 커지지 않으면 흡연과 멀어질 수 없다. 그래서 난 나를 의도적으로 계속 칭찬하고, 보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금연길라잡이 앱은 금연 시작 당시 나의 흡연량을 기반으로 금연 기간에 따라 절약한..

건강 기록 2020.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