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뛰어들기

로모(romo) 2021. 8. 16. 20:57

David Hockney - A Bigger Splash (1967)

다이빙대에 오른 순간을 상상해본다.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리기 직전이다.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즐거울지 예상해본다. 열심히 머릿속에 그려보지만 역시 명쾌하게 알 수는 없다. 그냥 이러다가 주저앉을 것만 같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가, 이러는 내가 싫어서 휘청이며 중심을 잡는다. 뛰려다가 움찔, 바로 뛰지를 못한다.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진정시킨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어느새 화가 올라온다. 이것밖에 안 되는내가 싫어서.

 

그냥 대략 이런 느낌으로 하루하루 살아지는 것 같다. 두려움, 망설임, 그 어느 하나도 해소되지 않은 채 가슴 한편에 끌어안고 간다. 그러다가 어느날엔 눈을 질끈 감고 원하는 것을 향해 몸을 내 던진다. 그 과정에서 잠시의 평화와 더는 없을 것 같은 행복을 맛본다. 돌아보면, 이 잠시를 위해 그 많은 시간 공을 들였다는 것을 실감한다.

 

언젠가 장인(Craftsman)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고 다닌 적이 있다. 뭐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 우물을 파서 어나더 레벨이 된 사람들. 그 자체로 멋진 그 사람들처럼 나는 무언가에 뛰어들고 싶다. 뛰어들어 몰입하고 싶다. 몰입 상태(Flow)를 느껴본 것은 10대 때 디자인에 빠져 있을 때 이후로 없는 것 같다.

 

갈수록 나는 많은 것을 요구받는다.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잠깐의 집중을 반복하며 살다 보니, 이제 몰입까지는 갈 수가 없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은 끊이질 않는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다. 다만, 나 만의 이상향을 그리는 것이 나의 성향(INFP)인데, 돈이 벌리거나 누군가에게 자랑할 수 있지 않고서는 좀 처럼 무언가에 발을 들이기가 쉽지 않다.

 

더 진취적일 수는 없을까? 늘 배고플 수는 없을까? 더 간절할 수는 없을까?